SERENO

2026.10.02

구체어의 식재료

개념어보다 구체어가 많아지는 것.

매년 한 권씩 스스로 책을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직접 도시를 방문해보고,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골목 곳곳을 걷고, 순간순간 튀어오르는 감정이나 감각을 단어나 문장으로 기록해봅니다.

예를 들면 '안도감'이라는 단어의 감각은 묘하게도 지난해 겨울에 방문한 아자부다이의 컴팩트 시티, 모리 가문의 애티튜드와 깊게 연결되어 있고, '환대'라는 단어는 쿠알라룸푸르의 어느 골목에서 말레이시아 친구들과 함께한 이야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삶이 깊어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자주 질문을 하는데, 그것은 기능적으로,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과는 대척점에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분명 제 삶은 어린 시절에 비해 풍요로워졌지만, 그 크기만큼 두려움이 비례하고 있습니다.

개념어보다 구체어가 많아지는 것.
저는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그 사람을 향해 행동하면서, 서로 간의 구체어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애플뮤직으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연주회를 열어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도시를 여행 다니기는 쉽지만, 그 도시에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또 다른 일입니다.

구체어가 발견되는 순간, 그 향을 돋우기 위해 사진을 찍어봅니다. 글과 사진을 모아서 레이아웃을 짜고 편집을 해서 작은 책 한 권을 만들어봅니다. 직접 생면을 뽑아 투움바 파스타를 만들어 먹듯이.

구체어를 쌓으면 무엇이 이득인가 또 스스로에게 물어본다면, 그것은 신선한 식재료가 쌓여 있는 냉장고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고요함과 외로움이 곁에 올 때, 전자레인지를 돌리지 않고, 그 식재료로 새로운 감정의 음식을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그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